골목을 돌아 나오는데 앞에 있던 은행나무 가로수 위에서 뭔가가 푸드덕푸드덕 날아올랐다. 순간 나는 너무나 깜짝 놀랐다. 엄청나게 큰 새가 나무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가오자 놀라서 날아오른것 같다. 큰 새는 발에 뭔가를 붙잡고 있었다. 털뭉치 같은데... 자세히 보니 고양이였다. 큰 매가 새끼 고양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고양이는 힘없이 축 쳐져서 다리와 고개가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매는 고양이를 움켜쥐고 날아올라 도로 건너편 높은 전봇대 위에 내려앉았다. 8차선 도로 건너편 전봇대였는데도 매는 엄청나게 커 보였다. 매는 그 전봇대 꼭대기에 앉아서 잠시 주위를 살피다가 고양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나는 멍하니 서서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고양이가 너무 불쌍했다.
자연의 섭리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게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내가 지나던 곳 근처에는 산이 있다. 그래서 가끔 매가 날아다니고 까마귀들이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그 산에 노을을 보러 가끔 올라가는데 멧돼지를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걸려있기도 하다.
매가 고양이를 잡아 먹는구나 ... 흠..
언젠가 티비에서 봤는데 , 어느 시골에서 수리부엉이가 농가의 닭들을 잡아먹어서 문제라는 걸 봤다.
심지어 그 동네 고양이와 개들, 심지어 진돗개까지 잡아 먹었다고 한다. 수리부엉이에게 당한 개와 고양이들은 몸채는 다 뜯어 먹히고 머리만 남겨져 있었다는 끔찍한 사건이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에 할머니가 얘기해 주신 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에는 밖에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어린아이를 매가 채가기도 했다고 하셨다. 그런 일이 가끔 일어나면 온 동네는 난리가 나고 , 마을 사람들이 다 산으로 아기를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어느 집은 너무 가난해서 아기를 낳은 엄마도 몸조리를 하지 못하고 밭일을 하러 나가야 했다고 한다. 그래야 먹고사니까. 아기를 혼자 두고 갈 수 없어서 갓난 아기를 강보에 싸서 밭 옆에 두고 엄마는 밭일을 했다. 그 사이 매가 날아와 아기를 채가기도 했다고 한다.
어릴 적 들은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난 그냥 지어낸 이야기인가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사실이었던 것 같다.
매나 부엉이같은 맹금류 새들을 좋아했는데.. 고양이를 잡아먹는 광경을 목격하고서는 갑자기 싫어졌다. 그들도 살기 위해 그런 거지만.. 그냥 싫어져.. 모르겠다...
자연의 섭리.. 아기까지 채가는 매.. 매도 먹고살려고 하는 건데.. 하지만 나는 개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마음이 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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