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재미있는 이야기

'미운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의 진짜 의미

유령고양이 2019. 7. 27.

예전에 도시락으로 떡을 싸서 다닌적이 있다.
운동을 하면서 덩치를 키운다고 하루 5끼씩 챙겨먹을 때였는데 , 염분이나 설탕, 조미료를 먹지 않기위해 무설탕 백설기를 주문해서 먹었다. 반찬만 안먹어도 성공이기에 떡이 참 좋았다.

다섯 덩어리를 가지고 다니며 2시간마다 한개씩 닭가슴살과 사과와 함께 먹었다.

가끔은 길을 가다가 사람이 많이 없는 길목에 접어들면 한개씩 꺼내 먹기도 했다.

한날은 길을 걷다가 너무 배가 고픈거야 . 운동을 많이하면 시도때도 없이 배가고프다. 내가 돼지라서 배가고픈게 아니라고 .. 나는 말랐으니까 ... 꿀꿀 ~

하나 꺼내서 우걱우걱 한입씩 먹기시작했는데 목이 너무 메이는거였다. 욱 ;; 목 막혀 ;;

그때는 물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는데 .. 그게 큰 실수를 한거였어.

떡을 잘 씹어서 먹었는데도 그게 넘어가지 않고 목구멍을 딱 막아서 목이 막혔는데 .. 물은 없고 .. 갑자기 길목에 식수가 있는곳도 없고..

나는 뭔가 이게 급박한 상황이라는걸 점점 느끼기시작했다. 조금씩. 큭 .. 켁 켁 이런 소리가 나왔다.

응 ? ;; 이게 아닌데 .. 이거 심각한거 맞지? .. 속으로 이런 생각이들었다.

얼굴에 압력이 높아지는 느낌이들었다.
억지로 삼켜보려고 해봤는데 목만 더 아프고 넘어가지 않았어.

얼굴에 압력이 너무 높아지고 숨도 쉬기힘들어서 거의 눈알이 튀어나올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떡이 식도의 벽을 꽉 누르고 있나보다 .. 그래서 피가 통하지 않는거야 .. 그래서 얼굴에 압력이 높아지고 눈알이 튀어나올것같은거야..

대단하지 그 와중에 이런 구체적인 생각을 했다는게 ? ...

나는 가슴을 치며 주변을 둘러봤다. 숨은 못쉬겠고 얼굴은 터질것같고 점점 정신도 혼미해지는 느낌이었다.

온세상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다리에도 힘이 풀리고 나는 주저앉았다.

조금 옆에 하천이 있긴했는데 .. 더무 더러운 오염된 물이어서 ..
저거라도 마실까 .... 이러다 진짜 죽을지도 몰라..

진짜 죽을것같았다. 숨을 거의 쉬지 못했다.

그런데 저멀리 공중화장실이 희미하게 보였다. 간신히 힘을내어 그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 세면대가 있었고 수도꼭지가 있었다.

세면대 위의 거울을 봤는데 , 얼굴이 터질듯이 빨갛고 ,입술이 세파랗고 눈이 충혈되어있었다. 헉;; 나 왜이래.. 죽을려나봐;; 이런 ..

여기 물이 안나오면 나는 오염된 물을 마셔야해 .. 제발 나와라 .. 윽 .. 켁켁 .. 켁

수도꼭지를 틀었다. 물이 콸콸 쏟아져나왔다. 콸콸콸 ! 이 아름다운 소리 ~ !
급하게 두손으로 물을 받아서 한모금 마셨다.


묵직한 덩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 났다. 목이 찢어질듯이 아팠다. 화장실 수돗물맛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꿀맛이었다.

세상은 다시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휴~~. 정말 이렇게 죽는 줄 알았네 .. 이 화장실 물이 아니었으면 나는 진짜 하천의 오염된 똥물을 마셨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쩌겠어. 죽기직전인데 오염된 똥물이 대수야? 마셔야지 ..

떡 먹다가 목이막혀서 간신히 찾은 생명의 물이 화장실 수돗물.

원효대사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해골물을 마시고.진리는 마음속에 있다는걸 깨달았다지?

나도 깨달았다. 길가면서 떡을 먹지말자. 그 후로 나는 길가면서 떡을 먹긴 먹었는데 물을 꼭 싸서 다닌다.

길에서 떡을 먹던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헉 !! ㄷ ㄷ ㄷ ;; 이래서 미운자식 떡 하나 더준다고 하는거구나. 미우니까 떡을 먹여서 죽이려는거야 .. 목에 걸리게 하고 물을 안주는거지..

;; 떡주는 사람 조심해야지...

근데 ..요즘 엄마가 떡을 계속 사오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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