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멋진 노을을 등지고 큰 왜가리가 아아앍 ~ 아~악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고 있었다. 왜가리는 내 머리 위를 아주 낮게 날아 지나갔는데 저 앞에 뭔가 쫘악 후두두둑 떨어졌다. 그런데 그만!!
어느 날 산책로를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여름 주말은 걸어 다니는 사람도 많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정말 많다.
산책로 옆은 하천이 흐르고 있다. 오리들이 둥둥 수영을 하고 , 왜가리가 드문드문 걸어 다니며 낚시를 하기도 한다.
걸어가는 도중 보니 마침 큰 왜가리 한 마리가 저 앞에서 물속을 째려보고 있었다.
옛날에는 오리나 왜가리는 인기척만 있어도 도망을 갔다는데 요즘은 사람이 가까이 지나가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비둘기처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줄어들고 있나 보다. 비둘기는 너무 겁을 상실했고..
비둘기가 얼마나 겁이 없냐 하면 차가 다가와도 도망을 가지 않고 걸어 다닌다. 그러다 결국 차에 깔려 죽는 비둘기를 본 적이 있다. 우드드득🙀
산책로는 자전거 도로와 인도가 나뉘어 있다.
나는 인도를 터벅터벅 걸어갔다. 저 앞에 있던 왜가리가 갑자기 꺄~~~~~악!! 하며 날아올랐다.
왜가리 울음소리는 정말 크고 흉악하다. 완전 괴물소리였다. 너무 낮게 날아서 퍼덕퍼덕 날개 소리가 다 들렸다.
꺄~~ 악 퍼덕퍼덕. 완전 익룡이네 익룡.. 으아..
왜가리는 산책로 위를 따라서 아주 낮게 날아갔는데 갑자기 뭔가 촤~악 떨어졌다. 응? 뭐지?..
왜가리가 똥을 쌌다. 왜가리가 크니까 똥울 눈다기 보다 뿌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똥을 정말 많이 뿌려댔다.
배탈이 난 건지 허여멀건 물똥을 촤~~ 악!! 뿌리고 갔다.
그 모습은 마치 산불을 끄는 헬기가 물을 뿌리는 것 같았다. 촤~~ 악!! 뿌직.
그 찰나에 밑에는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다. ; ;
대학생 정도로 되어 보이는 남자였는데 왜가리 똥을 정통으로 촤~아 ~ 철퍼덕!! 맞아버렸다.
남자는 머리와 어깨에 뭔가 흘러내리자 그제야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물똥 벼락을 맞고 당황스러워 잠깐 멈칫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뭔가 깨달음을 얻었는지 이렇게 외쳤다.
" 아~~~~~~이 C발!!
그 남자는 똥물을 뒤집어쓴 채로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지나갔다. 똥이 얼마나 양이 많은지 머리와 어깨가 흥건했다.
걸어가다 새똥을 맞는 것도 굉장히 드문 일인데 자전거 타다가 왜가리 똥물 폭격을 맞은 그 남자는 계속 이렇게 외쳤다.
"아~~~ C8!!
나는 그 남자가 왜가리 똥을 맞은 자리를 지나갔는데 , 바닥엔 그 폭격의 흔적이 있었다.
바닥에 똥물이 쳐 발려 있었다. ㄷ ㄷ ㄷ
새똥이 굉장히 지독하다더니... 뭔 생선 썩는 냄새 비슷하기도 하고 생선비린내 같기도 했다.
코를 막고 재빨리 그곳을 지나가긴 했는데 그래도 냄새가 났다.
왜가리가 똥을 싸질러 놓은 저 흔적. 저걸 밟으면 다리가 녹아내릴지도 모른다. ㄷ ㄷ
뒤를 돌아보니 그 남자의 자전거만 덩그러니 서있고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응?? 어디 갔지??
살펴보니 남자는 산책로 옆의 하천에 들어가 몸에 묻은 왜가리 똥을 씻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작게 무슨 소리가 들렸다. 좀 멀리 있어서 잘 들리지는 않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이런 소리였다.
"에이 ~~ C발 ;; "
저 남자 빨리 집에 가서 샤워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럼 몸이 녹아내릴 건데.. ;;
새똥은 굉장히 지독하다고 하던데..
왜가리가 그 남자를 노리고 똥을 뿌렸는지 아니면 그냥 날다가 마려워서 쌌는데 우연히 그 남자가 맞은 건지.. 잘 모르겠다. 노리고 싼 거면 진짜 무서운 놈이다.
아무튼 그 남자는 로또복권을 사도 될 것 같다.
새똥을 맞는 건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게 아니거든. 게다가 왜가리 똥을 맞았으니 대박이 날지도 몰라.
주변에 왜가리가 있다면 조심하길. 똥물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옛말에 이런 말도 있잖아.
'왜가리 날자 똥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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