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실제로 어떤 영적인 존재를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이 귀신이던 뭔가 다른 존재이건 도저히 믿기 힘든 존재 말이다. 나는 본 적이 있다. 그것도 나이가 500살이나 된 나무 옆의 성황당에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초등학교 때 잠깐 시골에서 살았다.
아빠 직장 때문에 그곳에서 살았는데 , 말로만 듣던 두메산골이었다. 시골이었지만 그 지역에 시멘트 공장이 있었다. 가끔 시멘트 레미콘 트럭만 지나다녔다.
거의 웰컴투 동막골 수준과 비슷하다. 버스를 타려면 아주 아주 멀리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거기도 버스가 하루에 두 번 정도밖에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이 좋은점은 넓은 논과 밭, 골짜기에 맑은 물이 흐르고 밤에는 뻐꾸기 소리가 들리고 참 좋은 곳이었다.
전학을 가서 친구들과 친해지고 , 주변 산속을 많이 다니며 놀았는데, 산속 오솔길 저편에 보이던 작고 허름한 집이 하나 있었다.
친구들은 저곳에는 귀신이 있어서 가면 안된다고 했다. 그땐 어려서 그게 뭔지 몰랐는데 지금 알고 보니 '성황당'이라는 곳이었다.
친구들 말로는 예전에 무당이 이 성황당 앞에서 칼춤을 췄다고 했다 ,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굿을 했다는 말인 거 같다.
그 성황당이 있는 숲속을 가로질러 작은 비포장길이 있었다. 이 길은 비포장이지만 자전거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었다. 비포장 옆의 숲으로 조금 들어가면 성황당이 있다.
나는 아침마다 약수터에 물을 뜨러 다녔는데 , 약수터에 가려면 이 비포장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야한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산속으로 성황당이 희미하게 보였다.
성황당 옆에는 아주 큰 나무가 하나 있는데 그 나무도 뭔가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친구들이 그러는데 그 나무의 나이는 500살이 넘는다고 했다. 정말 엄청 큰 나무 였다.
새끼줄에 하얀천이 일정한 간격으로 걸려서 나무와 성황당 주변에 칭칭 둘러져 있었다.
나는 아침마다 학교를 가기 전에 매일 약수터에 다녀왔는데 지나가다 보면 성황당 쪽에서 이상하게 한기가 느껴졌다.
어두운 숲속의 성황당과 500년 묵은 나무는 뭔가 음침하고 분위기가 이상했다. 너무 무서워서 일부러 그곳을 쳐다보지 않았다.
여름 방학 이었다.
서울 살던 사촌 누나가 집에 놀러 왔다.
누나는 방학동안 우리 집에서 머물다가 간다고 했다.
여기는 시골이라 매일매일이 재미있는 곳이었다.
들판에서 뛰어놀고 ,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 가재를 잡기도 했다.
저녁엔 약수터에 가보기로 했다.
누나들과 나는 약수터에 가서 물을 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물통은 자전거에 싣고 나는 자전거를 끓고 가고 누나들은 옆에서 같이 걸었다.
어느덧 성황당이 보이는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조금 무서웠다. 서울에서 온 사촌누나에게 " 누나 저기가 귀신이 나오는 곳 이래.. 쳐다보지 마 "
누나는 "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냐? 그런 건 없어"
우리는 이런 얘기를 하며 지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황당에서 소리가 들렸다.
ㄷ러ㅐㅔㄷ래ㅔㅁㄴ댜ㅔㅐㄹ볻ㄹ뭉로ㅔㄷ래ㅔㅜㅁ야레맬 ~~~~
생전 처음 들어보는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의 말도 아니고 동물의 소리도 아닌 이상한 소리였다.
근데 소리가 뭔가 확성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정말 크게 울리고 있었다.
우리는 깜짝 놀라 소스라쳤다. 누나들은 울며 달리기 시작했다.
ㄱㅂㄻㄷ렏버ㅗㄷㄹ벋 [절 ~~ 이런 이상한 소리는 갑자기 비명소리와 비슷한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으으으어어어어 키키키 키 크어어어 키어어어
이 소름 돋는 괴소리는 악마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소리와 비슷했다.
누나들은 울면서 도망가고 있고. 귀신소리는 온산에 울려 퍼지며 메아리를 쳤다.
너무 무서워서 머리카락이 다 서있는데. 나는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고 , 게다가 물통이 무거워 뛸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성황당을 힐끔 봤는데..
성황당 옆의 큰 나무가 스스스스스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뭔가가 나무뒤로 숨었다가 나왔다가 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등골이 오싹 해지며 머리가 쭈뼛 섰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자전거를 버리고 뛰고 있었다. 누나들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도망가야 하는데 너무 공포에 질린 나머지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에 무거운 돌을 달아 놓은 느낌이었다.
도망은 겨우 쳤는데.. 자전거를 버리고 왔다. ㅜㅜ
그다음 날 동네 친구들을 다 불러서 누나들과 같이 자전거를 가지러 갔다.
그런데 그 근처에 오니 친구들은 하나둘씩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귀신이 붙으면 집까지 따라온다나 뭐래나...
"야.. 배신이야? 도와줘 자전거가 저기 있단 말이야.~~"
우리 누나들이 같이 간다고 해서 겨우 자전거를 가지고 왔다.
넘어져 있던 자전거를 들자마자 , 누나들은 또 나를 놔둔 채 도망갔지만..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고 끌고 뛰는데 어찌나 그 거리가 멀게 느껴지던지..
나는 그 후로 한 동안 약수터에 가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몇 달 후.. 어른들은 그 길을 밤에도 지나다니고 계속 지나다니는 걸 봤다.
어른들은 성황당이 안 무섭나?? ;;
어른들은 정말 대단하네....
근데 진짜 그 동네에서 태어나서 계속 살던 친구들도 그 성황당을 정말 무서워했다.
진짜 귀신이 있는 곳인 거 같긴 하다. 무당이 굿도 했다고 하니..
언젠가 시간이 되면 그 어릴 적 추억이 있던 곳에 가보고 싶다.
그 성황당은 아직도 있을까? 귀신도?
그 나무뒤에 있던 하얀 물체는 뭐였을까?..
설마... 내가 진짜 귀신을 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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