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도시락으로 떡을 싸서 다닌 적이 있다.
운동을 하면서 덩치를 키운다고 하루 5끼씩 챙겨 먹을 때였는데 , 염분이나 설탕, 조미료를 먹지 않기 위해 무설탕 백설기를 주문해서 먹었다. 반찬만 안 먹어도 성공이기에 떡이 참 좋았다.

 

다섯 덩어리를 가지고 다니며 2시간마다 한 개씩 닭가슴살과 사과와 함께 먹었다.
가끔은 길을 가다가 사람이 많이 없는 길목에 접어들면 한 개씩 꺼내 먹기도 했다.

 

한날은 길을 걷다가 너무 배가 고픈거다 . 운동을 많이 하면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프다. 내가 돼지라서 배가 고픈 게 아니라고.. 나는 말랐으니까... 꿀꿀 ~

하나 꺼내서 우걱우걱 한입씩 먹기시작했는데 목이 너무 메이는 거였다. 욱 ;; 목 막혀 ;;
그때는 물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는데 .. 그게 큰 실수를 한 거였다.
떡을 잘 씹어서 먹었는데도 그게 넘어가지 않고 목구멍을 딱 막아서 목이 막혔는데.. 물은 없고.. 갑자기 길목에 식수가 있는 곳도 없고..

나는 뭔가 이게 급박한 상황이라는걸 점점 느끼기 시작했다. 조금씩. 큭.. 켁 켁 이런 소리가 나왔다.
응? ;; 이게 아닌데.. 이거 심각한 거 맞지?..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 압력이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억지로 삼켜보려고 해 봤는데 목만 더 아프고 넘어가지 않았다.
얼굴에 압력이 높아지고 숨도 쉬기 힘들었다. 거의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떡이 식도의 벽을 꽉 누르고 있나 보다.. 그래서 피가 통하지 않는 거다.. 얼굴에 압력은 점점 더 높아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대단하지 않은가.  그 와중에 이런 구체적인 생각을 했다는 게...

 

나는 가슴을 치며 주변을 둘러봤다. 숨은 못 쉬겠고 얼굴은 터질 것 같고 점점 정신도 혼미해지는 느낌이었다.
온 세상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다리에도 힘이 풀리고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옆에 하천이 있긴 했는데.. 더러운 오염된 물이어서.. 설마 저걸 마실 수 있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저거라도 마실까.... 이러다 진짜 죽을지도 몰라..
진짜 죽을 것 같았다. 이제 는 숨을 거의 쉬지 못했다.

 

그런데 저 멀리 공중화장실이 희미하게 보였다. 간신히 힘을 내어 그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 세면대가 있었고 수도꼭지가 있었다.

세면대 위의 거울을 봤는데 ,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갛고 , 입술이 새파랗고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헉;; 나 왜 이래.. 죽으려나 봐;;  진짜 좀비같은 얼굴이었다. 

여기 물이 안 나오면 나는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한다 .. 제발 나와라.. 윽.. 컥컥.. 켁

수도꼭지를 틀었다.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콸콸콸! 이 아름다운 소리 ~!
급하게 두 손으로 물을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묵직한 덩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 났다. 목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화장실 수돗물맛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꿀맛이었다. 목이 계속 찌릿찌릿하며 아팠다. 

세상은 다시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휴~~. 정말 이렇게 죽는 줄 알았네.. 이 화장실 물이 아니었으면 나는 진짜 하천의 오염된 똥물을 마셨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쩌겠어. 죽기 직전인데 오염된 똥물이 대수야? 마셔야지.. 그럼 똥물에 중독되어 죽으려나.. 

떡 먹다가 목이 막혀서 간신히 찾은 생명의 물이 화장실 수돗물.
원효대사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해골물을 마시고. 진리는 마음속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지?
나도 깨달았다. 길가면서 떡을 먹지말자. 그 후로 나는 길가면서 떡을 먹긴 먹었는데 물을 꼭 싸서 다닌다.
길에서 떡을 먹던 나는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물을 가지고 다녀라 ~. 

그리고 한 가지 알게 되었다. 헉!! ㄷ ㄷ ㄷ ;; 이래서 미운자식 떡 하나 더 준다고 하는 거구나. 미우니까 떡을 먹여서 죽이려는 거야.. 목에 걸리게 하고 물을 안 주는 거지..

;; 떡 주는 사람 조심해야 하는 거다..
근데.. 요즘 엄마가 떡을 계속 사 오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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